Go Further

대학생활을 소회해보면 정말 즐거운 나날을 보낸 것 같다. 훌륭한 사람들, 귀중한 경험들. 떠올리면 행복하고 내심 뿌듯하기까지한 그런 과거의 기억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정말 크나큰 축복이다.
그러나 너무 좋은 추억 때문에, 가끔은 현재의 내 자신이 과거에 발목 잡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간혹, 하곤 한다.

"내가 예전에는 말이야~"
이런 식의 접두어는 정말 네버 에버 사양하고 싶은데, 과거의 회상에 잠겨 무심결에 나 역시 저런 마음을 갖고 있지 않나 경계해본다.

이 순간을 살아야지.
Living this moment.

by hee。 | 2012/01/15 22:53 | monologue | 트랙백 | 덧글(0)

오늘의 대화

그 친구와 나는 오늘 오랜만에 만났다. 그렇지만 여전히 반가웠고 어제 만난 냥 열심히 얘기를 했다. 그래도 어색함이 들지 않는데.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친구다. 그저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면 서로 열심히 업데이트 해야 하는 얘기의 양과 그 속에서의 공감대가 더욱 많아지는 것 뿐이다.

내가 얘기하고 있던 참이었다. 아직 학생인(그리고 곧 졸업을 앞두고 있는) 친구에게 회사 생활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다. 새로운 팀(옮긴지 어언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새로운 느낌이 드는 팀이다) 얘기를 해주었다. '얼마의 매출을 달성해라'와 같이 명확한 목표가 있는 영업/마케팅 부서와는 달리 매 프로젝트의 목표와 timeline이 정해져있기 보다는 내가 여러 부서와 coordinating 해나가며 목표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과정, 그 목표를 만들어나가면서 외부 뿐만 아니라 내부의 같은 팀에게서조차 많은 critic을 받아가며 보완하고 그들을 설득해나가야 하는 업무 등을 얘기 했다. 막말로 손을 놓겠다고 다짐해버리면 별 책임 안져도 되는 대신, 뭔가 이루어내고 싶고 하고 싶다고 해서 열정적으로 덤벼들어도 마음만큼 추진력의 속도가 높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그러다보니 무력감도 가끔 들고, 내부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면 나 또한 그것을 업무와 분리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내 에너지조차 방전해버렸던 과거의 실수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친구가 동의했다. "부정적인 의견을 들을 때 그 말에서 어쩔수 없이 묻어나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분리해서 받아들이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업무가 사람의 성격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아."

내가 다시 덧붙였다. "그래서 요새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예전에 나의 강점 중 하나가 '긍정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업무에서 받는 feedback과 내 기본 성격이 자꾸 충돌하는 것 같아. 업무 특징 상 객관적으로 얘기하려고 노력하다가 나도 모르게 그 선을 넘어가서 시니컬하게 말하고 나면, 나중에 곱씹어보면서 더 후회해."

친구는 내 얘기를 들으면서, 사람의 업(業)이라는 것이 그냥 단순히 생계의 수단이 아니라 사람의 하나의 인격과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예전의 친구는 specialist가 되기 보다는 generalist가 되고 싶다고 했다. 무언가 하나에 특출하지만 나머지는 꽝인 그런 사람보다, 두루두루 무난무난하게 어느 요소에서도 평균 이상을 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최고의 specialist - 진정한 고수들은 한 분야에서 special하게 잘하는 것도 존경스럽지만, 인격이나 인품이 상당하다고 했다. 친구가 공부하고 있는 법조계 - 그 어느 분야보다 보수적이고 경험적일 수 밖에 없는 업계에서 그 분 입에서 나오는 것이 무조건 정답이 되는 '그런' 교수님을 뵈었는데, 학식이나 경험 뿐만 아니라 성격이 너무나도 소탈하고 깊었기에 더 놀랐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는 얘기했다. 일 뿐만 아니라 어떠한 무언가를 이루어가는 과정 과정마다 자신의 진짜 성격을 버릴 줄도 알고 고칠 줄도 알고 가끔은 고민과 슬럼프에도 빠져 나가면서 그렇게 다듬어 나가면서 자신의 전문성을 키워나가다보면 결국은 specialist와 generalist의 경계 자체가 의미 없어지는 때가 있지 않겠나 했다. 그것이 진짜 내공이고 진짜 고수의 단계라고 우리가 정의할 수 있지 않겠냐면서.

친구와 나 사이에 놓인 드립커피 두 잔이 연한 향기를 계속해서 내뿜어내는 가운데, 나는 친구의 대화를 천천히 되새김했다. 뭔가 마음 속에서 꽉 차 오르는 것 같았다. 그 친구는 내가 좋아하는 친구다.

by hee。 | 2012/01/15 20:22 | monologu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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